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입법 보조 넘어 때론 법안 주도 甲으로…전문위원에 회초리 든 국회
여야의원 24명 입법조사처법 개정안 추진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빨간펜 선생님”에 메스를 댔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여야 국회의원 24명은 7일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하면 인력 부족,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검토보고를 차일피일 미뤄왔던 국회 전문위원시스템을 대폭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유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선진 외국의 입법지원조직(미국의 CRS 등) 수준으로 인력 및 조직, 예산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또는 정부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현행 국회 전문위원제도가 그 기능과 능력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의원들 또는 정부의 법률안 발의 활동은 매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 법률안의 최종 통과비율은 16대 38%에서 18대 17%, 그리고 이번 19대 국회 역시 여전히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이런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제출된 법안 10건 중 7~8개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있고, 이런 배경에는 제대로 된 입법활동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이다.

유 의원은 입법조사 기능 강화의 핵심으로 입법고시 출신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독식하던 수석전문위원-전문위원 체제의 개방을 제시했다. 외부 전문가들을 본격적으로 영입해 전문성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입법고시 출신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독식한 전문위원 시스템의 서비스 기능 부족현상도 도마에 올랐다. 실제 법률안을 놓고 이들과 밀고 당기기를 경험해본 의원들은 국회 입법지원체제의 개편 필요성에 이구동성 공감했다.

야권의 한 보좌관 출신 정치인은 “의원들이 원하는 방향을 파악해 서비스하는 것이 전문위원들의 존재 이유지만, 실제로는 자체 의견을 가지고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끌고 가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예비 검토라는 제도를 너무 확대 적용하면서 전문위원이 심의과정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고, 결국 실무 보조기구를 넘어 행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갑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현형 제도, 즉 행정부 공무원들이 임명됐던 낙하산 전문위원을 입법고시 출신 국회 사무처 직원들로 대체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2001년 초와 지금의 문제의식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는 국회가 정부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고, 본격적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실천해가는 기본조건으로 입법 심사기능의 독립을 추진, 국회 사무처 직원 중심으로 전문위원을 위촉했다. 형식적으로는 개방형 직위지만, 실제 외부 전문가가 영입된 경우는 최근 들어서야 한두 명 손에 꼽을 정도로 이뤄졌다. 결국 국회 독립을 위한 장치가,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자리만들기로 변질되고만 셈이다.

모 의원실 한 관계자는 하나의 권력이 된 현행 전문위원제도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어차피 국회의원들이야 4년짜리 비정규직이지만, 차관보나 국장급인 전문위원들은 평생 가는 것 아니냐. 어지간한 수석전문위원은 의원들 몇명 합친 것보다 힘이 세다”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